눈을 떴다.

2008/02/14 01:11
눈을 떴다.
누군가를 따라가고 있다. 아마도 길을 안내 받고 있는 듯 했다.
그 누군가를 따라 들어간 곳은 높은 사람이 있을 법한 방이었다.
큰 책상과 명패가 있었다.
어? 왠지 낯이 익은데?
뒤를 돌아봤다.
학교 비마관 로비였다.
정확히 말하면 비마관에 사람이 겨우 지나갈 정도의 통로만 있다고나 할까...
저 멀리서 누군가가 병원 환자복을 입은 채로 책을 안고 이쪽으로 걸어온다.
아, 그 사람이다. 아는 척을 했다. "안녕."
그 사람은 병원에 있어야 하는데 수업 때문에 학교에 왔다고 했다.
걱정이 되었다.

눈을 떴다.
어디인지는 잘 모르겠다.
아, 그 사람이 내 앞에 서있다. 옆에는 누군가가 있는데 얼굴을 알아볼 수 없다.
반가운 마음에 조금씩 앞으로 걸어갔다.
그런데...
그 사람이 갑자기 쓰러졌다.
바로 내 앞에 서있던 그 사람은 마치 죽어가는 듯한 모습이었다.
혼란스러웠다. 허무가 밀려왔다.
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난 이미 다른 곳에 있었다.
혼란스런 기억을 더듬어보면, 그 사람의 장례식을 치른 뒤인 것 같다.
분노가 치밀어 올랐다.
고개를 돌려보니 내가 아는 사람이 몇사람 있었다.
하지만 그 사람들은 그냥 그 자리를 떠나가고 있었다.
난 어떻게 된건지 따지려고 빠른 걸음으로 쫓아갔다.
거의 다 따라 잡았을 무렵, 허무하게 가버린 그 사람의 아버지가 나타났다.
고개를 숙여 조의를 표했다. 분했다.

눈을 떴다.
건물의 내부이다. 창문 밖에는 화사한 햇빛이 내리쬐고 있었다.
뒤를 돌아봤다. 대여섯명의 사람들이 무언가를 둘러싸고 있었다.
뭐가 있는건가 봤더니 침대 위에 그 사람이 누워있다.
아, 여기는 병원인가보다.
헬쓱한 얼굴로 그 사람이 침대에 누워있다.
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온건지 물었다.
같이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어느날 안나와서 연락했더니 아파서 병원에 있었다고 했다.
그 사람의 이마를 짚어보았다.
열이 많이 나는 듯 싶었다.
나는 얼른 세면대에서 차가운 물로 손을 한참 씻어 두 손을 차갑게 만들었다.
차가워진 손으로 그 사람의 이마를 식혀주었다.
편안해진 듯 했다.
난 그저 그게 좋았다.
그 사람이 아픈데도, 난 그냥 그렇게 이마에 손을 얹고 있는게 좋았다.

눈을 떴다.
이마를 짚고 있던 내 손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.
하지만 여전히 감촉은 남아있었고, 내 얼굴은 웃고 있었다.
꿈이라지만... 그게 그렇게도 좋았나보다.
웃는 얼굴로 깨어났다가, 우는 얼굴이 되었다.

현실과 꿈은 여전히 멀다.
눈을 뜨기 전과 같은 일이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.
불안하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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